받으시옵소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아니라도

여기 육신이 있습니다 영혼이 있습니다

 

본시 없던 나 손수 지어 있게 하시고

죽었던 나 몸소 살려 주셨으니

받으시옵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이 목숨 이 사랑

오직 당신 것이오니 도로 받으시옵소서

 

갈마드는 세월에 삶이 비록 고달팠고

어리석던 탐욕에 마음은 흐렸을망정

님이 주신 목숨이야 늙을 줄이 있으리까

심어 주신 사랑이야 금갈 줄이 있으리까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당신의 것을 도로 받으시옵소서

 

가멸고 거룩해야 바쳐질 수 있다면

영혼이 둘이라도 할 수 없는 몸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 하오리까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 하오리까

 

님께 바칠 내 것이라곤

이밖에 또 없사오니

받으시옵소서 받아주시옵소서

 

가난한 채 더러운 채

이대로 나를 바쳐드리옴은

오로지 님을 굳게 믿음이오라

전능하신 자비 안에 이 몸이 안겨질 때

주홍 같은 나의 죄 눈같이 희어지리다

진흙 같은 이 마음이 수정궁처럼 빛나리이다

 

-최민순 신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당신 말씀대로 호수 깊은 곳에 그물을 쳐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이 잡힌 물고기에

제자들이 놀란 것처럼

저도 당신의 크신 사랑과 능력에

할 말을 잃어버린 작은 어부입니다

 

주님, 때로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제가 절망의 한가운데서 빈 그물을 씻을 때마다

당신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

그리고 당신 말씀대로

마음 깊은 곳에 기도의 그물을 치면

비늘이 찬란한 희망과 기쁨의 고기가 잡혔습니다

삶에 필요한 겸손과 인내도 많이 얻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저의 뜻을 따라 살지 않고

멀리 떠날 준비를 하게 하소서

배와 그물조차 버리고 당신을 따라나선 제자들처럼

모든 정든 것을 버리고도 기쁠 수 있는

사랑의 순명만이 승리할 수 있도록!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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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요셉 성월

3월은 성 요셉 성월입니다.

마리아의 남편으로 아기 예수님 양부로 사셨던 분입니다.

반드시 계셔야 할 분이지만 숨어 계십니다.

성모님께 가려 있고 전례도 사순절에 가려 있습니다.

성경에도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목수였다는 것과 마리아의 잉태를 알고 고뇌했다는 것.

이집트의 피신과 소년 예수님을 찾아다녔다는 기록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초대교회 때부터 임종하는 이들의 수호자였습니다.

성모님과 예수님께서 임종을 지켜보셨기 때문입니다.

복된 죽음을 바라는 뜻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신심이었을 겁니다.

 

3월 19일이 축일로 정착된 건 12세기입니다.

당시는 예루살렘이 회교도 소유였습니다.

이 무렵 성지 탈환을 위한 십자군전쟁이 일어납니다.

첫 원정에서 승리하자 나자렛에 요셉 성인을 위한 교회가

세워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후 성인에 대한 공경과 축제는 성지에 남아 있던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의해 계속 유지되어 왔습니다.

 

1479년 식스토 4세 교황은 요셉축일을 전 교회로 확대합니다.

그는 프란치스코 수도회 출신이었습니다.

1621년에는 그레고리오 15세가 의무축일로 정합니다.

이때부터 성 요셉에 대한 그림과 조각이 성행했습니다.

1870년 비오 9세는 교회수호자로 선포했고

비오 12세는 노동자의 수호자로 선포한 뒤

5월 1일을 축일로 정했습니다.

한국의 수호성인 역시 요셉 성인과 성모님입니다.

1841년 8월 22일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당시 조선에서 활동하던 엥베르 주교의 청을 받아들여

두 분을 수호성인으로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시편 91

지극히 높으신 분의 보호 속에 사는 이,

전능하신 분의 그늘에 머무는 이는 주님께 아뢰어라.

“나의 피신처, 나의 산성이신 나의 하느님, 나 그분을 신뢰하네.”

그분께서 새잡이의 그물에서 위험한 흑사병에서

너를 구하여 주시리라.

당신 깃으로 너를 덮으시어 네가 그분 날개 밑으로 피신하리라.

그분의 진실은 큰 방패와 갑옷이라네.

너는 무서워하지 않으리라, 밤의 공포도 낮에 날아드는 화살도

어둠 속에 돌아다니는 흑사병도 한낮에 창궐하는 괴질도.

네 곁에서 천 명이, 네 오른쪽에서 만 명이 쓰러져도

너에게는 닥쳐오지 않으리라.

오히려 네 눈으로 바라보리라. 악인들이 벌받음을 너는 보리라.

 

 

이는 네가 주님을 너의 피신처로,

지극히 높으신 분을 너의 안식처로 삼았기 때문이다.

너에게는 불행이 닥치지 않고 재앙도 네 천막에는 다가오지 않으리라.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너는 사자와 독사 위를 거닐고 힘센 사자와 용을 짓밟으리라.

“그가 나를 따르기에 나 그를 구하여 주고

그가 내 이름을 알기에 나 그를 들어 높이리라.

그가 나를 부르면 나 그에게 대답하고 환난 가운데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며 그를 해방하여 영예롭게 하리라.

내가 그를 오래 살게 하여 흡족케 하고

내 구원을 그에게 보여 주리라.”

시편 51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의 죄악을 지워 주소서.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고 저의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

저의 죄악을 제가 알고 있으며 저의 잘못이 늘 제 앞에 있습니다.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 잘못을 저지르고

당신 눈에 악한 짓을 제가 하였기에

판결을 내리시더라도 당신께서는 의로우시고

심판을 내리시더라도 당신께서는 결백하시리이다.

정녕 저는 죄 중에 태어났고 허물 중에 제 어머니가 저를 배었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가슴속의 진실을 기뻐하시고

남모르게 지혜를 제게 가르치십니다.

우슬초로 제 죄를 없애 주소서. 제가 깨끗해지리이다.

저를 씻어 주소서. 눈보다 더 희어지리이다.

기쁨과 즐거움을 제가 맛보게 해 주소서.

당신께서 부수셨던 뼈들이 기뻐 뛰리이다.

저의 허물에서 당신 얼굴을 가리시고 저의 모든 죄를 지워 주소서.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제게 만들어 주시고

굳건한 영을 제 안에 새롭게 하소서.

당신 면전에서 저를 내치지 마시고

당신의 거룩한 영을 제게서 거두지 마소서.

당신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 주소서.

제가 악인들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쳐 죄인들이 당신께 돌아오리이다.

죽음의 형벌에서 저를 구하소서, 하느님, 제 구원의 하느님.

제 혀가 당신의 의로움에 환호하오리다.

주님, 제 입술을 열어 주소서.

제 입이 당신의 찬양을 널리 전하오리다.

당신께서는 제사를 즐기지 않으시기에

제가 번제를 드려도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시리이다.

하느님께 맞갖은 제물은 부서진 영.

부서지고 꺾인 마음을 하느님, 당신께서는 업신여기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호의로 시온에 선을 베푸시어 예루살렘의 성을 쌓아 주소서.

그때에 당신께서 의로운 희생 제물을, 번제와 전번제를 즐기시리이다.

그때에 사람들이 당신 제단 위에서 수소들을 봉헌하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