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아니라도

여기 육신이 있습니다 영혼이 있습니다

 

본시 없던 나 손수 지어 있게 하시고

죽었던 나 몸소 살려 주셨으니

받으시옵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이 목숨 이 사랑

오직 당신 것이오니 도로 받으시옵소서

 

갈마드는 세월에 삶이 비록 고달팠고

어리석던 탐욕에 마음은 흐렸을망정

님이 주신 목숨이야 늙을 줄이 있으리까

심어 주신 사랑이야 금갈 줄이 있으리까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당신의 것을 도로 받으시옵소서

 

가멸고 거룩해야 바쳐질 수 있다면

영혼이 둘이라도 할 수 없는 몸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 하오리까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 하오리까

 

님께 바칠 내 것이라곤

이밖에 또 없사오니

받으시옵소서 받아주시옵소서

 

가난한 채 더러운 채

이대로 나를 바쳐드리옴은

오로지 님을 굳게 믿음이오라

전능하신 자비 안에 이 몸이 안겨질 때

주홍 같은 나의 죄 눈같이 희어지리다

진흙 같은 이 마음이 수정궁처럼 빛나리이다

 

-최민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