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 자체가 은총이란 말이 있습니다.
숨 쉬는 순간부터 내 삶의 한순간도 거저 얻어진 것은 없습니다.
돌아보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기적 같은 일들이 많았고,
‘살아 있음’ 그 자체가 감사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삶에는 이 기적 같은 인생에 감사하는 순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불평과 분노로 탄식하는 순간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족보다는 불만에 더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 환자 열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온 것은,
사람으로 대우받고 싶었던 그들의 치유에 대한 간절한 청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예수님께서 위대한 예언자이시니 그분의 치유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 모양입니다. 한 사람, 그것도 ‘외국인’으로 표현된 이방인만이 돌아와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젠가 다시 병들고 쓰러질 육체적 병의 치유가 아니라,
성실하신 하느님의 영과 함께 살아가는 마음의 회개와 치유입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선언은,
당장 나병이 나은 것에 만족하고 돌아간 다른 아홉에게 주어지지 않은
진정한 치유와 자유였습니다.

시리아 사람 나아만도 요르단 강에서 물로 씻기만 했을 뿐,
나병이 나을 것이라 믿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놀라운 기적에
기뻐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약속된 땅에서 흙을 실어 가져가며
오직 주님께만 번제물과 희생 제물을 바칠 것을 약속하는 믿음의 사람이 된 것입니다.

진정한 치유는 마음의 회심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오로지 하느님을 향할 때 우리는 구원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