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제가 불의를 보게 하십니까? 어찌하여 제가 재난을 바라보아야 합니까? 제 앞에는 억압과 폭력뿐, 이느니 시비요 생기느니 싸움뿐입니다.”

하바쿡 예언자의 외침은 시공간을 가르고 오늘날에도 전해집니다.

열심히 성당에 나가 미사에 참례하고, 봉사 활동을 하며, 기도를 열심히 해도 정작 세상은 별로 변하는 게 없어 보입니다. 불의한 세상은 변할 줄 모르고, 폭력은 여전히 세상 도처에서 일어납니다.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라는 제자들의 호소는 우리의 가슴속에서 오늘도 솟구쳐 오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제자들과 우리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설마 우리에게 겨자씨만 한 믿음조차 없을까 의아해할지도 모릅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믿음이 겨자씨만도 못한 것이 아니라, 겨자씨보다 더 큰 불신과 미혹이 풍성한 나무가 될 겨자씨를 짓누르는지도 모릅니다.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고, 그것을 잘 간직하라는 바오로 사도의 격려는 우리의 믿음이 세상의 목소리보다 주님의 목소리를 더 듣고자 할 때 성장하는 것임을 일깨워 줍니다. 오늘은 이 땅의 평화를 지키는 군인들과 군 사목을 하는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는 군인 주일입니다.

교회가 군인들을 사목하는 이유는 국가의 안전을 위한 평화의 지킴이인 군인들을 격려해 주고, 그들이 국가에 봉사하면서도 하느님의 자녀로 부름 받은 소명을 잊지 않도록 사목할 책임을 교회가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군사력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에 대한 믿음에 있음을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