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님 !

내가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것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것을 당신이 더 잘 아십니다

어디에서든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다는

착각을 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타인의 일에 끼어들고 싶어 하는

나의 과도한 열정을 다스려주소서

사색을 하되 사변적이지 않고

도움을 주되 지배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게 하십시오

내게 엄청난 지혜가 쌓여있어

혼자만 가지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러나 주님 내게도 친구 몇 명은 필요합니다.

잔소리 속에 불필요한 것을 낱낱이 열거하지 않게 하시고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직관을 허락하여주소서

내 몸의 아픔과 병에 대해

침묵하는 법을 배우게 하십시오

병의 고통은 점점 심해지고

엄살에 대한 유혹은 점점 커집니다

남의 엄살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재능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참고 들을 수 있는 인내심을 주소서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세상에 둘도 없는 지혜를 배우게 하십시오

그리고 남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성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성자와 성녀와는 밥 한끼 같이 먹기도 불편합니다

하지만 말도 붙일 수 없이

괴팍한 노인네가 되기는 싫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갖게 하소서

그리고 주님 그 재능을 입 밖에 내는

훌륭한 재능도 겸비하게 하소서

 

− 안젤름 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