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하루를 마무리하며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주님 앞에 섰습니다.

당신께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애써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감추려고 힘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께는 제가 얼마나 변덕이 심한지

숨길 수도 없습니다.

앉거나 서거나

저를 환히 꿰뚫어보시는 당신이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진실을 좋아한다고,

저는 언제나 단순하고 투명하다고 큰소리 쳐 왔습니다.

남들에게 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어달라고 억지를 써왔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참이라면

억지나 설득이 아니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을……

저는 설득하느라 힘을 너무 많이 씁니다.

 

하느님,

저의 주님,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살면 세상 편하고 자유로운데

스스로 체면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저를 이끌어주십시오.

이제는 어리석은 눈가림으로

스스로 죄의 노예가 되었던 날들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당신이 주신

그 고귀한 자유를 누리며

아버지 집에서

귀한 자식 대접을 받게 해주십시오.

 

−김현옥 수녀(성바오로딸 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