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 사막을 여행했습니다.

땅은 불덩이 같았고 길은 멀었습니다.

뜨거운 햇빛과 목마름을 견디지 못한 아들이 외쳤습니다.

‘더는 못가겠어요. 지치고 목말라 죽을 것 같아요.’

아버지가 격려했습니다.

‘조금 더 가보자. 사람 사는 마을이 있을 거다.’

두 사람은 계속 걸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포기합니다.

그러다 무덤을 발견하자 맥없이 말합니다.

‘봐요. 아버지, 저 사람도 우리처럼 지쳐 죽었을 거예요.’

아들은 털썩 주저앉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합니다.

‘아니다. 무덤이 있다는 건 사람이 있다는 거다.

가까운 곳에 마을이 있을 거다.’

과연 두 사람은 멀지 않은 곳에서 마을을 발견합니다.

그들에게 무덤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었습니다.

얼마만큼 희망을 안고 살고 있는지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지요?

희망 역시 덕(德)입니다.

삶의 에너지입니다.

그러기에 노력하지 않으면 깨달아지지 않습니다.

투자 없이 가만있는데 깨달음에 닿을 순 없는 일입니다.

먼저 뛰어들고 먼저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누구나 생생한 희망을 원합니다.

기대감 넘치는 미래를 바랍니다.

돈 많고 재산이 넘친다고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닙니다.

주님께서 ‘주셔야’ 희망찬 삶이 가능해집니다.

— 미주 가톨릭신문 <사제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