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하던 배가 폭풍우를 만났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다 뱃길을 잃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바다는 고요해졌고 배는 낯선 섬에 닿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멋진 섬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섬에 내린 동안 배가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 배에서 내려 꽃길을 걸으며 섬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다 돌아온 사람. 셋째 그룹은 순풍이 불어 선원이 닻 올리는 걸 봤지만 설마 떠날까 생각하는 사람. 그러다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서둘러 물에 뛰어들어 겨우 배를 탄 사람.

나는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요? 어느 그룹에 속하든 자신의 판단에 후회하지 않으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깊은 물과 얕은 물은 바닥이 다릅니다. 바닥이 얕은 물은 요란하게 흐르지만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릅니다.

구약성경 스물일곱 번째 책이 지혜서입니다. 희랍어로 쓰인 70인역 성경에선 솔로몬의 지혜라 했습니다. 지혜문학이 융성했던 솔로몬시대의 맥을 잇는다는 뜻입니다. 기원전 100년경 작품입니다. 당시에도 억압 받던 신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을 위한 저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된 지혜는 하늘에서 오며 기도를 통해 얻어지고 선한 쪽으로 인도한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이렇듯 성경에도 지혜서가 있습니다. 지혜롭게 살라는 암시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깨달음은 내면에 있건만 늘 바깥에서 찾습니다. 고통은 느낌입니다. 그러기에 암울한 상황을 만나면 암울한 느낌이 듭니다. 원인은 마음에서 비롯되지만 누구 때문이라 여기며 화를 냅니다.

— 미주가톨릭신문 <사제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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