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성령’을 ‘성신’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초월적 신의 의미보다는 ‘바람, 숨결, 기운’과 같은 영의 활동이 성경에서 증언하는 보호자, 협력자로서 우리 곁에 숨결처럼 머무시는 예수님의 영을 적절하게 표현하기에 지금은 ‘성령’으로 부릅니다. 성령은 ‘진리의 영’이시며 예수님께서 보내 주신 하느님의 살아 계신 영이십니다.

초기 제자들의 복음 선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병자들의 치유와 같은 표징들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표징을 본 것만으로는 믿음을 얻지 못합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안수할 때 사람들이 성령을 받았다는 말씀은, 표징을 보고 그저 감탄하고 놀라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내적인 회심과 예수님의 말씀을 자신들의 삶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용기를 성령께서 주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믿음은 성령의 도우심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할 수 있는 증언의 힘은, 지혜의 성령께 의탁하고, 기도의 응답에 따라 세상의 거짓과 위선을 식별해 내고, 예수님 말씀에 담긴 진리와 선을 담대히 따른 체험에서 나옵니다.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결코 쉽게 믿음을 얻지 못합니다.

우리는 흔히 성령을 개인적인 은사의 원리로 여깁니다. 그러나 교회는 개별 신자가 받은 성령의 은사가 언제나 공동체의 유익을 위한 것이기에, 누가 성령의 은사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일으킨다면, 그 사람의 은사는 성령으로부터 온 것이 아닌 거짓 은사라고 가르칩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22-23 참조).

그 밖의 것들은 악에서 나온 것임을 명심합시다